2009년 07월 02일
近着 DVD 목록

1. 이준익 <즐거운 인생>
2. 크리스티앙 문쥬 <4개월, 3주....2일>
3. 김태균 <크로싱>
4. 비스콘티, 펠리니, 모니첼리 <보카치오 70>
5. 빔 밴더스 <돈 컴 노킹>
6. 장훈 <영화는 영화다>
7. 피터 보그다노비치 <마지막 영화관>
8. 에릭 로샹 <동정 없는 세상>
9. 로베르 브레송 <소매치기>
10. 아톰 에고이안 <엑조티카>
11. 래리 찰스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

by sisun | 2009/07/02 16:36 | 영화 | 트랙백 | 덧글(0)
2009년 07월 02일
화려한 데뷔
데뷔 무대라며 한껏 부풀었던 대망의 연주회. 아파트 이웃이며, 제수씨, 칼국수집 곽 사장, 과일가게 수정이 아빠, 직장 동료 할것 없이 우르르 몰려왔던 그날. 전주 트럼펫터 동호인들의 기(氣)까지 몽땅 실례했던 대망의 그날. 아이고~  데뷔 무대라며 꽃바구니까지 받았는데.......여러분, 실망스럽게도, 참으로 실망스럽게도 삑사리에, 거듭되는 삑사리... 들쑥날쑥 숨은 가쁘고, 입 속의 침은 왜 그리 말라 가던지....

그렇습니다. 결국 이 날의 데뷔 연주는 죽을 쓰고 말았습니다. 뒷풀이 술 몇 잔으로 괴로운맘 달래며 패잔병마냥 귀가해야 했죠. 왜 그랬을까, 내 실력이 겨우 그 정도였나! 엎치락 뒷치락 잠 한 숨 못 잤습니다. 이틑날 새벽 다섯 시. 지하실 서재로 내려가 비장한 심정으로 악보를 펼쳐들었습니다. 11곡 모두를 하나하나 다시 불어봤죠. 어젯밤과 달리 별 실수는 없었습니다. 일언이폐하고, 결국 죽을 쓴건 변변치 않은 실력에 무대 경력이 짧았던 탓으로 생각됩니다. 뭐 죽어라 노력 할 수밖에요. 실망은 이 정도로 접고 다시 다음 연주회를 기약해야겠습니다. ^^

"자신에 대해서 너무 엄격하게 굴지 말라. 실수를 했다고 해서, 콘서트에서 연주를 망쳤다고 해서 그걸로 이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지켜보겠지만....그것은 터치다운 패스를 놓쳐버린 것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부모님이 스탠드에서 지켜볼 것이고, 우~~!! 그 자리로 돌아오고, 동료선수들이 실망을 한다. 그렇다고 슬프게만 생각하진 말라.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법이다.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좋은 경험으로간직하고, 그리고 또 계속 나아간다"     -  윈튼 마샬리스
by sisun | 2009/07/02 09:56 | 음악 | 트랙백 | 덧글(1)
2009년 07월 01일
봉준호의 <마더>

극장에 가본지 꽤 되었다. 주로 DVD를 이용하는 탓이다. 복합상영관이 두 군데이니 소도시치고는 적지않은 편인데도 정작 볼만한 영화는 드물었다. 막상 괜찮은 영화를 상영해도 깜박 잊고만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바로 그런 경우다.

문화카페 <사람들>엔 이택광교수와 김영민 교수의 글이 비교적 많이 게시되어 있다. 내 취향과 코드가 잘 맞아서인데, 정작  두  분끼리는 거리가 있다. 거칠게 분류하면, 한 분은 인문학을 통해서 사회변화를 꾀하려하고, 다른 한 분은 학문과 사회상황이 직접적으로 밀착되어 있다.

영화 역시 두 분 글 모두를 좋아하지만 문화비평을 전공하는 이택광 교수 글을 주로 참고한다. 영화를 문화적 현상, 특히 사회적 상황과 연결, 분석하는 방법이 우선 끌려서다. 차일피일 미루는동안 결국 <박쥐> <마더> 모두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글 써본지도 꽤 되었다. 누가 읽든 말든, 잘 쓰든 못 쓰든 늘 글을 쓰고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듯 하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ID "Hendrix가 말한대로, 우리나라 엄마들의 '내 새끼즘'(내 새끼만..)"으로 나타나는 '광기'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택광 교수의 평대로, 전작 <괴물> <살인의 추억>이 그렇듯이 일련의 광기 - '내 새끼즘'도 물론 일종의 광기지만 - 를 만들어낸 공동체, 즉 사회구조(시스템)에 대한 것이고, 바로 이점에서 이 교수의 글(*Wallflower 이글루/<여전히 엄마는 엄마여야 한다: '마더'>은 단문이지만 예리한 통찰력과 문화비평적 시각이 잘 나타나있다.

by sisun | 2009/07/01 09:42 | 영화 | 트랙백 | 덧글(1)
2009년 06월 17일
트럼펫

                                                            연주 중에 찰칵! (김영하 촬영, 2008. 12, 서재에서)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인데, 그나마 트럼펫마저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어찌되었을까. 아이고, 천만 다행이지요. 사실 우리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또 즐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듣고 즐기는 이는 많아도 수준이 높든 낮든, 막상 악기까지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썩 만치 않아요. 그런 점에서 차 선생님, 또 송 선생님을 비롯한 커뮤니티 여러분들께서는 참으로 큰 행운을 누리는 분들이 아닐까합니다. 

소식 하나 전하지요. 얼마 전 G교수님 덕분에 멋진 반주기를 작만하지 않았습니까? 내킨김에 차일피일 미뤄뒀던 트럼펫 수리까지 하기로 했지요. 무려 28년전 원양어선 시절에 구입한거라 원체 낡았고, 오래 사용하다보니 패잔병마냥 이곳저곳이 흠집 투성이었거든요. 하지만 오랜세월 손때가 묻다보니 각별히 애정이 갔었지요. 이미 단종된 야마하 YTR 637 구식 모델인데, 뭐 1335SE정도 수준이거니 여기던 참이었습니다.

근데 어제 오후 수리업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사실 전화 받을때까지만해도 별스럽지 않은 악기거니 했는데, 요게 YTR 6335 급이라는겁니다. 어렵쇼, 이리 반가울데가! 반색하고 전활 받았지요. 막상 전활받고 생각해보니, 아닌게 아니라 악기 소리가 그럴듯하게 들리는거예요. 거참, 사람 심리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한동안 이스트만 520GS로 업그레이드 시킬까 했는데, 낡은 악기지만 아직은 쓸만한 것 같고, 당장 호주머니 사정도 여의치않아서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암튼 G교수님 덕분에 트럼펫을 다시 가까이 하게 됐으니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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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마추어지만 언젠가 그럴듯한 트럼펫 연주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인데, 뭐 상상 속의 일이니 실제 이뤄지기란 요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조차 없다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팍팍하리요. 일단 연주자는 차후 문제일테니, 우선 맘에 드는 트럼펫이라도 얼른 작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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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 있을 레인보우밴드 연주회(“찾아가는 음악회‘)를 앞두고 맹 연습 중이다. 뭔가 목표가 결정되면 우선  계획표를 만들고, 실행한 결과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것이 일관된 습관이다. 뭐 아마추어 트럼펫터라 하면 얼마나 하겠나만 아무리 그렇더래도 최선은 다해야할 것 같기에 그렇다는 거다.

이번에 연주할 곡은 모두 11곡. 먼저 오프닝 연주로 행진곡 풍의 <타령 행진곡>을 비롯, 레인보우 단골 레퍼토리인 <Quien sera> <체리핑크 맘보> 등 경음악 2곡, 외국 팝송으로 <딜라일라> 1곡,  여름을 주제로 한 가요 메들리 등 국내가요 7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달 중순경 입단하자마자 참가했던 하구둑 행사는 나로서 데뷔 무대인 셈이었지만, 불과 며칠 연습하고 참가했던터라 겨우 자리만 채운 꼴이었다. 대충 눈치껏 따라한 연주다보니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물론 나 혼자 생각이지만, 이번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식 데뷔무대거니 하고 단단히 벼르고 있으니.

그러나 정작 결연한(?) 속생각과 달리 몇 곡은 아직 자신이 없으니 문제다. 입단한지 겨우 한 달. 멜로디 부분을 자신있게 연주하고, 트럼펫 특유의 화려한 오브리카토를 연주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악보조차 아직 완벽히 읽지 못한 판이니....글쎄, 한 일 년쯤 죽어라 불어대면 가능할까?

여하튼 밴드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연주자가 되고 싶다. 성급한 생각일지 모르겠는데, 언젠가 독주 연주도 하고 싶고, ‘카나디언 브라스’처럼 트럼본, 튜바와 어우러진 브라스 5인조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하루하루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고, 목전의 행사 역시 알차게 해야 할 것이다.

연습 일정을 메모한 종이를 서재 책상 앞에 붙였다. 앞으로 열흘간은 계획표대로 밀고갈 작정인데, 아침 기상(오전 5시 30분)후 90분, 저녁 식사 후 90분간 하루 세 시간은 반드시 트럼펫 연습에 할애하려고 한다.

by sisun | 2009/06/17 17:04 | 음악 | 트랙백 | 덧글(1)
2009년 06월 17일
트럼펫 수리

그동안 <리페어샵> 카페를  방문하며 여러가지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트럼펫 수리를 부탁드리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 트럼펫은 어제 오후 택배로 전했으니 아마 오늘 중 도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카페를 방문하는동안 <리페어샵> 의 제반 관리수준이 우수하다는 점과 더불어 의뢰자들의 문의사항을 친절히 안내하고, 성실히 처리해주신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지명도가 있는 <트럼펫샵> 을 비롯해서 이곳 저곳 여러 수리업체를 저울질하다 결국 <리페어샵>을 선택한 것은 나름대로 여러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믿음과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유한 트럼펫(YTR 637)은 현재는 단종된 구식 모델인데다 워낙 오래 사용한 것이며 낡디낡은 초보 연습용입니다만, 젊은 시절 원양어선에 승선할 때 힘들게 구입한 것이라 그 어떤 악기 보다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고가의 트럼펫을 구입할 수는 형편인데도 굳이 이 트럼펫을 고집하는 것은 오래 정들었기 때문이지요. 모쪼록 수리 잘 부탁드립니다. (* 악기 케이스 안에 수리 요청 내용을 적어 넣었습니다만, 혹시해서 다시 한번 여기에 게시하니 참고하세요.)

수리 요청 내용

1. Tuning Slide Complete (U자 슬라이드 큰 것)
   워터키 코르크 교체 밑 찌그러짐 복구
2. Slide Knob 일부분 찌그러짐 복구
3. Bell(나팔관) 입구 부분 찌그러짐 복구
4. Receiver, Ballucster Brace 및 기타 부분 도금 코팅
5. 슬라이드 휘어진 부분 전체적으로 펴기
6. 슬라이드 및 관 내부 소제
7. Thumb Ring 용접 취부 (텀브링은 악기 케이스 안에 있음)

*******
수리 마치고

우선 '리페어샵'에 감사의 말씀부터 전합니다. 종일 트럼펫 도착하기를 학수고대했는데, 방금 수리 요청했던 트럼펫을 받고 곧바로 감사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원더풀! 한마디로 완벽한 수리라고밖에 말할 수 밖에 없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수리 요청할때만해도, 과연 이 낡은 악기가 제대로 수리될지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러나 케이스를 여는 순간, 이런저런 우려는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단박 알게됐습니다. 그야말로 보기 흉하게 찌그려졌던 슬라이드는 모두 완벽하게 바로 펴졌고, 여러 곳의 흠집 난 부분도 깨끗하게 원상 복구되었네요. 녹이 슬어 걱정이 많았던 밸브 부분도 신품으로 바뀌었고, 다소 우려했던 벨 부분도 말짱하게 수리 되었습니다.

관 내부 크리닝은 물론이고, 세심한데까지 일일히 손질해주신점 거듭 감사드립니다. 역시 처음 판단했던대로 리페어샵의 프로펫셔널한 수준이 최상임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일본도 아니고, 더구나 유럽도 아닌, 국내의 자그마한 지방에 이처럼 훌륭한 리페어샵이 있다는게 정말 자랑스럽군요. 금상첨화랄까, 예상했던 것에 비해 수리비까지 저렴한 점도 감사드리며, 모쪼록 리페어샵의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by sisun | 2009/06/17 16:49 | 음악 | 트랙백 | 덧글(0)
2009년 06월 17일
레인보우 밴드 연습실
1. 레인보우 밴드

요즘 내 생활은 거의 레인보우 악단 중심으로 돌아간다. 뭔가에 빠지면 만사를 제쳐두는 성미라, 자나깨나 트럼펫만을 생각하고 불어댄다. 당연히 글쓰기는 물론이고 책조차 단 한쪽 읽을 여유가 없을뿐더러 읽고싶지도 않다. 근자 만나는 사람도 레인보우 단원뿐이다. 한 주에 두 차례는 반드시 레인보우 연습실을 찾는데, 맘 같아서는 맨날이라도 불고싶다. 최근에 입단한 단원 한 분이 마침 정년을 하신 분이라 널널한 시간에 맨날 트럼펫을 불들고 있다. 아이고, 언제 나도....

어제는 레인보우 밴드 연습날. 한동안 연습에 몰두하던 옆자리 C선생께서 "이거 멋진 곡이예요"하면서 악보를 펼치셨다. 가만보니 <You raise me up>이 아닌가. 단순한 선율인데도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반복해서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하튼 트럼펫 특성과 너무 잘 맞는 곡이다. 아, 이 정도 연주하려면 대체 얼마나 노력해야할까.일단 부딪쳐볼 일이라 악보부터 복사했다

2. 제임스 라스트 악단

지난 80년대 중반, 마침 내한 공연 중이던 만토바니 악단의 전주 연주회에 간 적이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최상의 악단이라 내심 기대가 컸지만, 실망스럽게도 트럼펫은 단 한 대뿐이고, 단원이래봐야 스무 명도 채 안되는 작은 규모였다. 그런데도 저토록 대단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하기사 세계 최고의 빅밴드이니 더 말해 뭣하랴. 만토바니, 프랑크 퍼셀, 헨리 만시니, 폴 모리 등 유수 악단 가운데서도 제임스 라스트 악단은 비교적 소규모에 속하지만 이들만이 내세우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 브라스에서 분출되는 화려하고 강력한 사운드가 바로 그것.
 
일반적으로 120명 규모의 대편성 교향악단이라도 트럼펫은 3대(3관편성)미만이 보통인데, 제임스 라스트 악단의 트럼펫은 자그마치 다섯 대나 된다. 여기다 세 대의 트럼본까지 가세되니, 그야말로 금관악기의 화려함과 장중한 사운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 자신이 트럼펫을 분 탓에 자연히 제임스 라스트 악단의 연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원양어선 시절 폴리도르 LP를 세 장씩이나 구입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제임스 라스트 악단의 연주를 다시 듣자니 감회가 새롭다. 어떤가, 모든 파트가 다 훌륭하지만 그중에서 트럼펫 연주가 더욱 특별하지 않은가?

3. 트럼펫터 최종엽의 연주(* 아래 <You raise me up>연주자)

사람 목소리가 모두 다르듯이 트럼펫 소리 또한 연주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금속성 날카로운 소리, 둔탁한듯 허스키한 소리, 애절한 소리, 밝은 소리, 맑고 투명한 소리 등등. 지금 연주되고 있는 최종엽씨의 트럼펫 소리는 트럼펫 특유의 금속성 날카로움과 서정성이 잘 조화되어있다. 어떤가, 니니로소가 떠오르지 않는지....

4. 차주헌의 연주(* 연주곡 : 김인배 작곡 <내 사랑>)

음악만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가 있다. 우울할 때 이 동영상을 보면 답답했던 기분이 스르르 풀리니 말이다. 사실 곡 자체는 단순하고,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 야외촬영이라 트럼펫 소리, 바람 소리가 뒤섞여 어수선한 분위기인데도 묘하게 끌린다. 단순한 선율이 의외로 가슴에 와닿고, 어눌한 듯한 연주가 곡 분위기와 잘 어울린 탓이다. 더구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한 나들이라니! 트럼펫 선율도 선율이지만 '사모' 라는 한문투 단어도 투박한 연주솜씨와 걸맞게 순박한 느낌이다. 아마 세련된 프로 연주자였다면 오히려 감동이 덜했을 게다.

며칠 전에 '테멘아트'에 계시는 조한경 교수의 주선으로 중고 반주기(은성 워크미디어)를 구입했다. 이제 막 손에 들어온지라 아침저녁으로 줄창 트럼펫만 불어대고 있다. 역시 아마추어 연주자에겐 반주기가 필수다. 왜 이제야 구입했을까 후회막급이지만 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그런데 무려 12,000여곡이나 수록된 반주기건만 공교롭게도 <내 사랑>은 물론이고 요기 아래 어떤 소녀가 연주하는 <밤하늘의 트럼펫>도 수록되지 않아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봤지만 도무지 악보를 구할 수 없으니.....대체 내 사랑 악보는 어데서 찾아야하며 반주는 또...


by sisun | 2009/06/17 16:02 | 음악 | 트랙백 | 덧글(0)
2009년 06월 15일
논문 <민중 신학자 안병무>를 읽고

김윤식씨의 논문 잘 읽었습니다. 우선 문장 솜씨가 좋고, 이해하기 쉽게 쓴 점이 돋보이는군요. 학부생으로서 이만한 글을 쓰셨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앞으로 계속 분발하신다면 보다 많은 성취가 있지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동안 세계신학의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신학을 단숨에 세계 신학계의 중심에, 그것도 선진적인 일류 신학으로 진입하게 한 '민중신학'은 실로 우리의 자랑이자 주체적인 학문적 성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쪽 자유주의 신학을 외면한채, 미국의 보수주의 신학만을 앵무새처럼 흉내내는 작금의 한국 기독교 상황을 보자면 더욱 민중신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지요.

이 글은 우선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을 알기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적 토착화 신학의 선구자인 유영모, 함석헌 선생과의 관계까지 적절히 언급 한 점도 돋보이는군요. 사실 안병무 선생을 중심으로 한 ‘민중신학’은 유영모, 함석헌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아울러 한신대에서 함께 재직하셨던 동료이자 바로 윗 선배격인  서남동 박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서 박사님은 안병무 선생과 더불어 제 1세대 민중신학의 초석을 다진 중요한 분이니까요.  (*서남동 박사에 대해서는 본 코너 89번글 <민중과 함께, 민중으로 신학 하기> 참조)

김윤식씨의 글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3부로 생각됩니다.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의 핵심 테마가 서로 같다는 지적하는 대목말입니다. 이 점은 설사 다른 분의 글을 참고했더라도, 김윤식씨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민중신학을 이해한 결과로 여겨지는데, 어쨌든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중 대심문관 편을 민중신학의 키워드인 민중적 관점으로 해석한 것은 깊이있는 이해력으로 생각되는군요. 저는 김윤식씨의 글을 통해서 비로소 민중신학과 도스토예스키의 소설의 연관성을 알게되었고, 이 점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진즉 읽기는 했었지만, 워낙 오래된지라 지금은 기억이 희미할뿐더러 읽을 당시도 과연 제대로 이해했었는지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었었거든요. 그런데 대심문관 편의 주제를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과 연결하니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이 글을 계기로 다시 한번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알고보면 도스토예프스키야말로 그 어떤 소설가보다 종교문제를 문학적 주제로 끌어들였으뿐 아니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한 작가이지요. 따라서 비단 신학생뿐만 아니라 인간실존과 종교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한 우리 모두가 항상 반복해서 읽어봐야 할 작가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라고 생각되는군요. 

이 한 편의 논문에는 사상사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다수 거론되고 있습니다. 가령 유영모,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서(서남동 박사도 당연히 포함되어야겠지요) 서구 실존주의 신학자 - 폴 틸리히<궁극적 관심>, 하이데거에게서 영향을 받은 R. 불트만의 <비신화화론>은 그 어떤 신학자의 신학적 이론보다 중요하기에 이들의 저서는 반드시 통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가 언급되고 있군요. 가능하다면 유신론적 실존주의 사상가인 키에르켈고르와 더불어 칼 야스퍼스도 함께 읽어둔다면 유익할 것입니다.

아울러 민중신학을 심도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존주의 문학을 자세히 알아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카뮈, 사르트르를 위시로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인 코스일 터입니다.

글 가운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이 잠깐 언급되더군요. 동양인인 우리로서는 서구인들의 학문적 태도를 잘 알아야만 우리 자신을 주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는 잘 이해해야 하니 반드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통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난번 메일에서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씀하셨던데, 시간 가능한대로 작품들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악령> <백치>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은 반드시....아울러 장편을 읽기 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관이 함축적으로 나타난 중편 <지하생활자의 수기>부터 먼저 읽어두는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김윤식씨. 앞으로 시간 가능한대로 <문화카페> 자주 찾아주시고, 모쪼록 열심히 공부하셔서 훌륭한 신학자 혹은 목회자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by sisun | 2009/06/15 13:20 | 서평 | 트랙백 | 덧글(0)
2009년 05월 22일
레인보우 밴드

요즘 나는 "비참할 정도로 편하다". 아내가 차려준 삼시 두 끼 - 한 끼는 직장에서 해결하므로 - 를 잘 챙겨먹고, 똥 잘싸고 잠 잘자며, 특별히 바랄게 없으니 꿈조차 꾸지 않는다. 출근하면 우선 커피 한 잔 빼들고 박지성과 이승엽을 화제로 노닥거리다가 대충 업무를 시작한다. 자나깨나 모범 가장이 목표인 나는 퇴근과 동시에 곧장 귀가해서 아내에게 하루치 소식을 자세히 들려준다. 물론 아내는 아내대로 상냥한 표정으로 수정이 엄마라든가 해나지오 이웃들, 아래 층 맛사지 아줌마 소식을 차례로 전해주고, 바지런히 주방을 오가며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이윽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탁에 마주 앉아 우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봄비, 따사로운 아지랭이, 아흐, 베란다 가득 하얀 초롱꽃!  어쨋거나 요즘 나는 "비참할 정도로 편하다".

식사가 끝나면 아내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시청하고, 간혹 이웃집 소식이나 딸애 남자친구를 이야기 하다 열한 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아내와 단 둘만으로 충분하지만, 어쩌다 사람이 그립거나 입이 근질거리면 칼국수집 곽 사장이나 과일가게 수정이 아빠를 찾는다. 내 나이 또래인 그들은 하루종일 가게를 맴돌고 있던 판이라 어느 때고 따뜻하게 반긴다. 더 이상 꿈도 없고 바랄게 없으니 요즘 나는 "비참할 정도로 편하다".

허구헌날 책 속에 코박고 살았지만 요즘은 책을 읽지 않는다. 금요독회가 코앞인데도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는 겨우 10여쪽 읽었을뿐이다. 예전 같으면 전전긍긍 한숨을 내쉬고 밥이 넘어가지 않으려만 아예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내일이 마침 레인보우 밴드 연습 날이므로, 급한 볼일 있다고 핑계대고 삼학동 연습실로 달려갈 것이다. 따리 쿵쿵 따리~  레인보우, 레인보우~ 무지개빛 레인보우!

모임 날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줄 알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앞뒤 꽉막힌 듯 융통성이 없으면 안 되니 적당히 둘러댈 땐 둘러대고, 대충대충 사는 게 현명하다. 역시 책 읽고 글쓰는것 보다 아내와 함께 가계부 꼼꼼히 살피며 우리 집 미래 설계하고, 트럼펫 불며, 맛있는 음식 먹고 이승엽과 박지성을 보는 것이 훨씬 즐겁다. 솜사탕 같은, 나긋나긋하고 몽롱한, 아흐, 알콩달콩 깨소금 나른한 일상이여.....  따분하기 짝이없는 지적 유희보다 다채로운 일상의 스펙트럼을 즐기자.  뜬구름 잡느니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복을 향해 매진하자.

가능하면 교회에 나가 세상 시름 내려놓고 주님의 품 속에 안기고 싶지만 신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차마 교회만은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주일날 성장 차림으로 줄을 지어 교회에 가는 행렬을 볼 때마다 나는 길 잃은 어린양, 타락한 죄인인듯 찜찜해져서, 주문을 외우듯 맘 속으로만 위로하는 거디였다. 할렐루야~ 교회에 가는 것은 결국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인데, 나는 지금 비참할 정도로 편하고 행복하므로 하등 교회에 나갈 이유가 없지 않느냐하면서.

책을 읽지 않거나 글을 쓰지 않으면 고민할 것도 맘 아플 것도 없으며 후회할 것도 없다. 으레 그렇듯이 글을 쓰고나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거나 자책을 하기도 하지만, 아예 쓰지 않으면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으니 너널널 느긋하다. 나랏일은 대통령이 알아서 해줄테고, 우리 동은 동장님이, 32통은 통장인 현서 할아버지가 알아서 해줄 것이므로 나는 내 집 단속만 하면 그만이다. 까짓 사나이 대장부로 태어났으니 우리 식구 건사 하나 못할까.

그러므로 남을 참견하느니 내 일에만 몰두하는게 좋다. 나는 요즘 삼학동 레인보우 밴드에 나가 일주일에 두 번씩 트럼펫을 분다. 뭐니뭐니해도 속 편하고 즐거운 것은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에 몰두하는 일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면 씰데없이 이런저런 자책과 반성이, 지난 생활에 대한 후회가 밑도끝도 없이 밀려오지만, 아름다운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세상은 한없이 평화롭고 아늑하다. 꿈결같은 선율을 내가 직접 연주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밥빱빠 빠아~ 체리핑크 맘보, 으라차차 끼엔세라 라꿈미 끼엔세라~ 어차피 나랏일은 대통령이 할 것이므로 나는 직장, 집, 밴드 일만 열중하기로 한다.

한 가지. 문화카페를 처음 시작했으므로 모른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또한 대충대충 하기로 했다. 뭐든 융통성이 있어야 사람 좋다는 소릴 들을 것이므로, 오다가다 심심하면 카페에 들러 누가 어떤 글을 썼나, 뱁새 눈팅만으로  족할 것이다. 어쩌다 짦은 글이라도 있으면 누가 썼나, 어째서 이 글을 썼을까 요리저리 맘속으로 재보고 또 보면 될테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나서거나 참견할 일이 아니다. 여차했다간 책을 잡히므로 댓글이니 뭐니 피하고, 조심스럽게 읽기만 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나이 오십중반이면 남의 눈치 재빨리 살필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입 단속을 잘 해야 한다. 오지랖 넓어봐야 괜히 구설수에 오르기싶상이니, 가능하면 듣기 좋은 말만 해야 교양있어 보이고 사람 좋다는 소릴 들을 것이다. 여하튼 나는 오늘은 물론이고, 무덤에 갈 그날까지 영원무궁 세세토록 비참할 정도로 편하고 행복할 것이다.

*********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 닦고 세수하고 식탁에 앉았다
(아니다, 사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식탁에 앉았더니
아내가 먼저 이 닦고 세수하고 와서 앉으라고 해서
나는 이빨 닦고 세수하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다시 뎁혀서 뜨거워진 국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길게 하품을 하였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악을 이빠이 벌려서
눈이 흉하게 감기는 동물원 짐승처럼
하루가 또 이렇게 나에게 왔다
지겨운 식사, 그렇지만 밥을 먹으니까 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 짐승도 그랬을 것이다 : 삶에 대한 상기, 그것에 의해
요즘 나는 살아 있다
비참할 정도로 나는 편하다 :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 닦고
세수하고 식탁에 앉아서 아침밥 먹고
물로 입안을 헹구고(이 사이에 낀 찌꺼기들을 양치질하듯
볼을 움직여 물로 헹구는 요란한 소리를 아내는 싫어했다
내가 자꾸 비천해져 간다고 주의를 주었다) 소파에 앉았다
그러나, 소파!
<소파>하면 나는 <비누> 생각이 또 쓸데없이
<부드러움>이라는 형용사가 떠오르다가 <거품-의자>가 보인다
의자 같이 생긴, 젖퉁이 무지무지하게 큰 구석기시대의
이 다산성 여인상은 사실은 비닐로 된 가짜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는데
「오우 소파, 나의 어머니!」나는 이렇게 속으로 이렇게
영어식으로 말하면서, 그리고 양놈들이 하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소파에 앉았던 거디었다.

나는 오늘 아침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으면 거실이 번역극 무대 같다
중앙에 가짜 소파 하나, 그 뒤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는
괘종시계가 걸려 있고 세잔느풍, 정물화 한 점, TV 세트,
창을 향한 행운목 한 그루, 그리고 폼으로 갖다 놓고 읽지도 않은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양장본 3권이
가로로 쓰러져 있는 서투른 서가와 끊임없이 부글거리는 수족관 :
그렇지만 이 무대에서 번역될 만한 비극은 없다
다만 한 사나이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소파에 앉았다
젊었을 적 사진으로 못 알아보게 뚱뚱해진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최근엔 입에서 나쁜 냄새까지 난다고 아내에게 비난받은 바 있는
이 사나이가 멍하니 소파에 앉아 동물원 짐승이 그렇게 하듯이
하품을 너무 길게 하고 눈물이 난 눈을 두 번을 깜, 빡, 깜, 빡하고 있을 때
무대 왼편(주방)에서 그의 아내가 등장했으며 그녀가 소파에 걸터앉아
그의 턱을 쓰다듬어 주면서 면도 좀 하라고 하자
그가 아내를 껴안으면서 「엄마!」라고 불렀을 뿐이다
하마터면 피아니스트가 될 뻔했던 아내가 출장 렛슨 나가기 전에
그에게 와서 나를 어루만져 줄 때가 나는 좋다
나는, 아내가, 소파에 앉아 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컷트해 줄 때
낮잠 자고 있는 그에게 가만히 다가와 나의 발톱을 짤라 줄 때
혹은 그를 자기 무릎에 눕혀 놓고 내 귓밥을 파 줄 때, 좋다
아침마다 그에게 녹즙을 갖다 주고 입가에 묻은 초록색을 닦아 주자
나는 그녀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나는, 아내가 그를 일으켜 주고 목욕시켜 주고 나에게 밥도 떠먹여 주고
똥도 받아 주고,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의 남은 생을 그녀에게 몽땅 떠맡기고 싶다
코로 숨만 쉴 뿐, 꼼짝도 않고 똥그란 눈으로 뭔가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
그녀가 다 알아서 해주는 식물인간이고 싶다
가끔 햇빛을 보고 싶어하므로 창문을 열어 줄 필요만 있을 뿐
동정할 수는 있어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이 행운목
나는 이 병실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소파에 앉아서
아내가 나갔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서 놀았다
비계 덩어리인 구석기시대 어머니상에 푸욱 파묻혀서
괘종시계가 내 여생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너무 많이 남아도는 나의 시간들이 누에 똥처럼 떨어졌지만
나는 수락했다, 이것도 삶이며
이제는 그것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걸
사람이 희극이 되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일이 있을까마는
그러므로 무위는 내가 이 나머지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격이랄까
사람이 만화가 되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에
비록 사나이 나이 사십 넘어서 「내가 헛, 살았다」는 깨달음이
아무리 비참하고 수치스럽다 할지라도, 격조있게,
이 삶을 되물릴 길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것 인정하기 조금은 힘들지만
세상에 조금이라도 복수심을 갖고 있는 자들의 어쩔 수 없는 천함보다야
무위도식배가 낫지 않겠는가! 나는 소파에 앉아서 하루 종일,
격조 있게, 놀았다
탄식하는 시계가 분침과 시침을 벌려
역광을 받는 공작새처럼 화사한 오후를 만들고
내가 손대지 않은 무구한 시간을 뜯어먹은 누에가
다른 종류의 생을 예비하는 동안
수족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얼굴에
횡으로 도열한 수마트라 두 마리, 열대어 화석처럼 박혀 들어 있을 때
나는 내가 담겨 있는 공기족관을 느꼈다
거기서 나는 고기처럼 또 하품을 했고
MBC 뉴스 데스크에서는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청 앞에서
검은 라이방을 쓰고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는 거디었다
내가 「오우 소파, 마마미야!」 외치면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아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다(그녀는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했다
슈퍼마켓에 들렀는지 식료품 봉다리를 들고)
나는 오늘, 밥먹고 TV 보고 잤다
자기 전에 아내가 이닦고 자라고 해서 이빨도 닦았다
화장실 앞에서 전 해군참모총장처럼 포즈를 취했더니
아내가 쓸쓸하게 웃었다는 것도 적어야겠다
아 참, 오늘 날씨는 대체로 맑았고 서울과 중부지방 낮 28도였다
내가 안방 문을 열면 무대, 불이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 사나이가 외친다; 「지금, 옥수수밭에 바람 지나가는
소리, 들리지? 자 15층 아래 강으로 나는 가고 있어
밤에는 강이 긴 비닐띠처럼 스스로 광채를 낸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가련한 공기족들이여, 안녕, 빠이빠이!        - 황지우의 시 <살찐 소파의 일기>


 

by sisun | 2009/05/22 14:56 | 일기 | 트랙백 | 덧글(0)
2009년 05월 01일
책과 물신신앙

-  죽는 순간 어떤 책을 품에 안을까, 어떤 책을 품에 안아야 가장 평온할까요.

-  의당 내가 읽지 못한 배경이 적지 않지만, 우선, 님의 생각은 내게 ‘위험’해 보입니다. 간단히 평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물신신앙으로 비치기도 하며, 공부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이 물신신앙을 벗어나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화를 무릅쓰고 도식화하자면, 공부는 특정한 소수의 경전의 자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식이기도 한데, 이것은 우선 책의 수를 무한히 늘여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은 이른바 ‘반신화화’(counter-mythologization)와 대체로 일치하고, 이윽고 큰 책의 신화와 작은 책들의 반신화화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게 될 때, 공부도 효율과 재미를 얻게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  김영민(철학자)

****
내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지식의 백과사전적 축적도 아니요 - 인터넷검색만으로도 지식은 무한 소유가 가능한 세상이다 - 단 한 권의 '큰 책'만으로 신앙의 경지에 이르고자함도 아니다. 나아가 하릴없이 책과 수작하는 지적유희 또한 아니며, 그것은 최종적으로 반신화화(혹은 비신화화) - 신학자 R. 불트만이 일 점 일 획 오류가 없는 바이블의 신화를 해체한 것처럼 - 를 겨냥하기에 "큰 책의 신화와 작은 책들의 반신화화가 어느 정도 균형" 상태에 이름으로써 제대로 된 앎을 찾아보고자 할뿐이다.

* R. 불트만의 '비신화화론(非神話化論)'

독일 성서학자 R. 불트만이 《신약성서》의 신화적 세계상을 인간학적·실존론적으로 해석하려고 한 시도. 불트만이 1941년 발표한 <신약성서와 신화론>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제기한 문제이다. 불트만에게 있어서 《신약성서》의 세계는 신화적 세계상이며, 세계는 천계(天界)·대지(大地)·하계(下界)의 세 계층으로 되어 있다. 천계에는 신과 천사, 대지에는 인간, 하계에는 사탄과 악귀가 살고 있다.《신약성서》가 기록으로 전하는 구원의 역사전개는 이와 같은 신화적 세계상에 의해 서술되어 있으나, 이 세계상을 믿는 것과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다른 것이다. 신화적 세계상은 비과학적이므로 현대인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오히려 그것을 비신화화해서 인간학적 혹은 실존론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성서가 본래 뜻하는 말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불트만은 주장하였다. 그러나 비신화화는 결국 철저하지 못한 합리화라는 비판을 받으며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 Yahoo 백과사전 (인용)

by sisun | 2009/05/01 13:58 | 단상 | 트랙백 | 덧글(3)
2009년 04월 28일
문화카페 제1회 인디필름 페스티벌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즈음하여,  문화카페 제 1회 인디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일본과 한국의 독립영화 중 최상의 작품만을 엄선, 4월 28일에서  5월 15일까지  3주간에 걸쳐 총 12편 상영.

* 관객수와 관계없이 상영함
* 상영시간 오후 8시
* 우수 감상문 1편 선정 시상(문화상품권 5만원)
  -  A4 10포인트 2매 내외
  - '금요시네마' 코너에 5월 18일(월)까지 게시 요망
* 상열 일시 및 상영작

1. 4월 28일(화)/ 이상일 <스크랩 해븐>
2. 4월 29일(수)/ 미키 사토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3. 4월 30일(목)/ 이송희일 <후회하지 않아>
4. 5월 1일(금)/  소리 후미히코 <핑퐁>
5. 5월 4일(월)/ 오타니 켄타로 <약 서른 개의 거짓말>
6. 5월 6일(수)/ 박흥식 <경의선>
7. 5월 7일(목)/ 스즈키 마츠오 <사랑의 문>
8. 5월 8일(금)/  가네코 아츠시 (외) <란포 지옥>
9. 5월 12일(화)/ 노동석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10. 5월 13일(수)/쿠도 칸쿠로 <한밤중의 야지키타>
11. 5월 14일(목)/ 이시이 가즈히토 <녹차의 맛>
12. 5월 15일(금) 이시카와 히로시 <좋아해>   
by sisun | 2009/04/28 14:59 |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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