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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1~4) 단상

1.좋은 작품
어떤 작품이 좋은가 나쁜가를 판별할 때 내 나름의 간단한 기준이 있다. 위대한 예술은, 위대한 작품은 그를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케 한다는 것.

-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 문제는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나 작품을 대하는 독자(수용자) 모두가 삶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가(혹은 보았는가), 어떻게 성찰하는가입니다. 기준이 같은데도 막상 우리 앞에 놓여있는 작품은 천차만별이고, 이를 수용하는 독자 역시 제각각이거든요. 세상엔 쓸모있는 작품 보다 쓸모없는 작품이 더 많고, 사람들은 귀중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대하지만, 과연 그 작품이 제대로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케 하는”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창작자나 수용자 모두 작품을 대하는 기준이 한결같지 않고, 앞에서 말한대로, 소위 좋은 작품의 판별 기준인 “그를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케 한다” 는 ‘어떻게’ 돌아보고 성찰케 하는가로 바꿔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단테나 셰익스피어를 읽고, 누구는 정약용과 신경숙을 읽으며, 어떤 이는 통속소설을 읽습니다. 어떤 작가는 불후의 고전을 만드는가하면, 어떤 작가는 쓰레기만도 못한 작품으로 우리의 영혼을 피폐케 하지요. 오늘도 서점엔 수많은 책으로 차고넘치지만 단 한 해조차 견디지 못하는 책이 대부분 아니던가요.

2.쇼팽
쇼팽을 들을 때 두 가지 서로 다른 감정이 교차한다.  쇼팽의 피아노곡은 차마 눈물이 날정도로 아름답다. 서정적인 선율은 호수 위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고, 잘게 부서지는 물결, 보석처럼 아름답다. 그는 정녕 피아노의 시인이었다. 발라드, 녹턴, 전주곡, 특히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라르게토 악장을 들을 때 나는 여린 날개, 빗방울, 이름모를 아늑함 속으로 빠져든다, 한없이.

쇼팽의 선율은 차마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넘치다못해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에 몸을 맡겨도 되나? 무작정 빠져들어도 되나? 감동에 젖어 눈물이 나오는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는다. 민망하고 찜찜하다. 아니 감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나? 온갖 상념들이 머리를 스친다. 세상은 난리법석인데 서정을 노래하다니, 세상은 온통 뒤틀리고, 합법을 가장한 폭력이 난무한데 나 혼자 아름다움이라니, 경천동지할 현실이 코앞에서 벌어지는데 서정 타령이라니. 이건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그렇다고 어쩌지도 못하면서 내내 맘 속으로만 안절부절이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자체로 즐기지 못하는 내가 싫지만 어쩌랴. 쇼팽의 음악은 너무 아름답기에 좋으면서 한편으로 불편하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아직은 행복을 노래할 때가 아니기에, 시절은 더욱 하수상하기에, 아직은.

3. 관계
찾아오는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지 말자. 오해가 있거든 있는대로, 애착이 있다면 그 또한 있는대로 가만 지켜볼뿐이다.  모임 역시 마찬가지여서 굳이 애쓸일 아니고, 그저 물 흘러가듯 내버려둘 일이니.

4. 휴대폰

휴대폰 사용 안 한지 5년째. 몇일 전 어느 낯선 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를 하던 중 상대가 물었다. "아니, 정말 휴대폰이 없단 말예요?" 갑작스런 물음에 대답하기가 궁색했다. "아, 뭐 그렇게 됐습니다".  어느 지인께서 휴대폰을 하나 주겠다기에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했다. 거실 서랍에 사용 안 한 휴대폰이 두 개나 있고, 휴대폰이 있어 편리한게 아니라 더 불편할 것 같아서다.  

 

휴대폰이 없어서일까, 당사자들끼린 아무렇지 않은 일도 내 눈엔 기이하게 보인다. 그렇게 할말이 많고, 전해야 할 소식들이 많을까? 신호음은 왜 이렇게 요란한지....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은양 태연한 모습들이 낯설다. 더욱 기이한 것은 긴한 자리건만 급한듯 휴대폰을 주고받는 풍경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 얼마나 급했으면 전화를 받아야 할까, 누가 죽었나?"  " 혹시 집에 불이난건 아닐까?"  이런 시간, 이런 자리인데도 통화를 해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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