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씨의 논문 잘 읽었습니다. 우선 문장 솜씨가 좋고, 이해하기 쉽게 쓴 점이 돋보이는군요. 학부생으로서 이만한 글을 쓰셨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앞으로 계속 분발하신다면 보다 많은 성취가 있지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동안 세계신학의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신학을 단숨에 세계 신학계의 중심에, 그것도 선진적인 일류 신학으로 진입하게 한 '민중신학'은 실로 우리의 자랑이자 주체적인 학문적 성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쪽 자유주의 신학을 외면한채, 미국의 보수주의 신학만을 앵무새처럼 흉내내는 작금의 한국 기독교 상황을 보자면 더욱 민중신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지요.
이 글은 우선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을 알기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적 토착화 신학의 선구자인 유영모, 함석헌 선생과의 관계까지 적절히 언급 한 점도 돋보이는군요. 사실 안병무 선생을 중심으로 한 ‘민중신학’은 유영모, 함석헌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아울러 한신대에서 함께 재직하셨던 동료이자 바로 윗 선배격인 서남동 박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서 박사님은 안병무 선생과 더불어 제 1세대 민중신학의 초석을 다진 중요한 분이니까요. (*서남동 박사에 대해서는 본 코너 89번글 <민중과 함께, 민중으로 신학 하기> 참조)
김윤식씨의 글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3부로 생각됩니다.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의 핵심 테마가 서로 같다는 지적하는 대목말입니다. 이 점은 설사 다른 분의 글을 참고했더라도, 김윤식씨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민중신학을 이해한 결과로 여겨지는데, 어쨌든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중 대심문관 편을 민중신학의 키워드인 민중적 관점으로 해석한 것은 깊이있는 이해력으로 생각되는군요. 저는 김윤식씨의 글을 통해서 비로소 민중신학과 도스토예스키의 소설의 연관성을 알게되었고, 이 점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진즉 읽기는 했었지만, 워낙 오래된지라 지금은 기억이 희미할뿐더러 읽을 당시도 과연 제대로 이해했었는지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었었거든요. 그런데 대심문관 편의 주제를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과 연결하니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이 글을 계기로 다시 한번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알고보면 도스토예프스키야말로 그 어떤 소설가보다 종교문제를 문학적 주제로 끌어들였으뿐 아니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한 작가이지요. 따라서 비단 신학생뿐만 아니라 인간실존과 종교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한 우리 모두가 항상 반복해서 읽어봐야 할 작가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라고 생각되는군요.
이 한 편의 논문에는 사상사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다수 거론되고 있습니다. 가령 유영모,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서(서남동 박사도 당연히 포함되어야겠지요) 서구 실존주의 신학자 - 폴 틸리히<궁극적 관심>, 하이데거에게서 영향을 받은 R. 불트만의 <비신화화론>은 그 어떤 신학자의 신학적 이론보다 중요하기에 이들의 저서는 반드시 통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가 언급되고 있군요. 가능하다면 유신론적 실존주의 사상가인 키에르켈고르와 더불어 칼 야스퍼스도 함께 읽어둔다면 유익할 것입니다.
아울러 민중신학을 심도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존주의 문학을 자세히 알아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카뮈, 사르트르를 위시로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인 코스일 터입니다.
글 가운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이 잠깐 언급되더군요. 동양인인 우리로서는 서구인들의 학문적 태도를 잘 알아야만 우리 자신을 주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는 잘 이해해야 하니 반드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통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난번 메일에서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씀하셨던데, 시간 가능한대로 작품들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악령> <백치>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은 반드시....아울러 장편을 읽기 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관이 함축적으로 나타난 중편 <지하생활자의 수기>부터 먼저 읽어두는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김윤식씨. 앞으로 시간 가능한대로 <문화카페> 자주 찾아주시고, 모쪼록 열심히 공부하셔서 훌륭한 신학자 혹은 목회자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 2009/06/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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