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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나팔만 불다보니 점점 책과 멀어진다. 책 안 읽으니 고민도 없고 속은 편한데, 이게 제대로 사는 일인가싶어 불안하다. 몇 달 전 지인 몇몇이서 독서회를 시작한 C선생께 전화를 걸다. 독서회는 아직 계속하고 있다고. 근간에 함 들러보마고 했다. 다른건 몰라도 책을 읽지 않고는 도저히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대중음악, 통속소설이라도 좋으니 트럼펫과 책읽기를 병행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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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비록 더디지만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일이 즐겁다.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무상의 즐거움. 책 가짓수가 증가함에 따라 지식도 부피가 늘어가고, 곁가지마저 친다. 또 다른 책을 찾는다. 한 권 또 한 권.....지식이 거듭 쌓이면서 깨달음이 오고, 깨달음이 오면서 나와 주변을 돌아본다. 예전의 나이고, 같은 세상이건만 새삼스럽다.

이렇게 살아도되나, 반문이 인다. 주변을 돌아본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골똘히 생각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 아닌가? 일용할 양식이나 걱정하며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평범함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범부가 아닌가? 내 앞가림하기에 바빠 허우적대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책에서 얻은 몇 조각 알량한 지식은 채근한다. 이렇게 살아도되냐고. 모른척 외면한다. 와중에도 책은 곁에 가까이 있다. 또 다시 새로운 지식이 채근한다. 그래도 외면한다. 그냥 읽기만 한다. 책읽기는 낚시나 운동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취미 가운데 하나이며, 단지 무상의 쾌락일뿐이라고. 그래도 책은 나에게 되묻는다. 너는 지금 뭐하고 있냐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시민이므로 그날그날을 허둥지둥 살뿐이고, 발등 불끄기에 여념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대로 살면 될 것을... 어찌된 까닭인지 비루하기 짝이없는 내 일상을 가만 돌아본다. 뭔가 잘못된거 같다. 이래선 안 될 것 같다. 비록 관념 속 놀음이지만 가던 방향을 바꾸고 싶다. 찻잔 속 태풍일지라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이것 저것 되는대로 시도해본다. 하지만 소신도 없고, 줏대도 없으며, 철학이 부재하니 결과는 뻔하다. 이날 이때껏 발등만 보고 걸었으므로 변화는 커녕, 앞가림조차 좌충우돌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본들 온갖 허물, 비루함을 벗어날 길이 없다. 태생이 그런것인지 도무지 싹수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과 행동이 기름 위의 물마냥 제각각 놀으니 부질없는 헛삽질이요, 찻잔 속의 태풍이다.  

왜 나는 지금 책읽기를 생각하고, 일상을 돌아보며 내일을 돌아보는가. 왜 또 다시 잡스런 생각을 떠올리며 고민거리를 떠안으려 하는가. 그냥 나팔 불며 아무 생각없이 단세포적으로 살수는 없을까? 무엇때문에 뻔한 삶과 일상을 떠올리는가. 어차피 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것인데, 무슨 회의와 반문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냥 그대로 계속 가던 길 걸어가면 될 것을. 그래봤자 관념 속 놀음이고 찻잔 속 태풍인데.....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되나? 이대로 나팔 불며 살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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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로미 2009/11/27 16:43 # 삭제 답글

    조선생님 글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역시 글을 써야 사는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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